나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여러 할일을 하면서도 음악을 듣는 편인지라 이어폰을 애용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이어폰을 거치다가 정착한 이어폰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이 이어폰을 내가 산 건 아니고, 선물받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협찬이나 광고는 절대 아니다…! 직접 6개월정도 쓴 후에 남기는 리뷰다.

자브라는 찾아보니 덴마크 유수의 사운드 장비 회사라고 하더라. 자브라라는 회사는 잘 몰랐는데 음향장비에 관심있으신 아버지께서 써보라고 주신걸 계기로 알게 되었다.

외형은 이렇게 생겼다. 동그랗고 별로 크지 않은 크기의 충전 케이스.

막 굴렸더니 케이스 안쪽이 지저분하다;; 받은 색상은 블랙이고, 저 이어버드의 크기와 모양이 귀에 편안하게 딱 맞물려 들어간다. 6만 몇명의 귀를 정밀분석하여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고 하는데 그건 맞는듯하다. 확실히 편하다. 실리콘도 L사이즈와 S사이즈를 따로 줘서 아마 웬만한 사람들 귀엔 편안하게 들어갈듯. 나는 이걸 운동할때도 자주 쓰는데, 방수도 잘 되어있는 것 같고 이어폰에 달린게 물리버튼이라 터치식에 비해 잘못 눌릴 일이 웬만해선 없는게 되게 편하다. 운동하면서 격하게 뛰어도 귀에 잘 붙어있는것 역시 장점이다.

무선충전 가능하단 표식도 찍어봤다.

외형설명은 이 정도 하고.
일단 ANC에 대해서 말인데… 이건 PNC자체가 괜찮아서 ANC도 덩달아 잘 작동되는거지 보스 qc이어버드II만큼 뛰어난 차음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커널형 이어폰인지라 기본 차음성이 좋은 편인데, 밖의 소리를 상쇄하는 소리로 노이즈를 제거하는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은 정말 시끄러운 공간에서는 잘 체감이 안 되는듯. 이어폰 자체에 여러 모드를 설정할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off모드와 ANC모드가 그렇게 잘 구분되지는 않았다. 뭐 그래도 시끄러운 음악 나오는 헬스장에서 노캔 켜놓고 내가 듣고싶은 음악 들으면서 운동할 정도의 차음성은 있다.

그리고 음질과 사운드. 내가 좋은 이어폰들은 보스와 에어팟프로 정도밖에 안써봤다는걸 고려하고 읽어야 할 듯하다. 가격이 무진장 비싸고 음질이 뛰어난 전문가용 이어폰을 쓴 적이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면, 내가 좋은 이어폰을 쓴적이없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정말 소리가 괜찮다. 상당히 명쾌한 소리를 들려주는 이어폰이다. 이어폰을 끼면 소리가 들리는 위치가 아주 가깝다는 느낌이고, 머리 중앙에서 소리가 인식된다는 느낌이 강하다. 공식 앱으로 이퀄라이저 튜닝이 가능하지만 그걸 다 기본모드로 설정한 채로 들었을 때, 고음도 저음도 딱히 부스트되지않은 밸런스좋은 플랫한 소리가 난다. 소리가 명쾌하다고 했는데, 중고음 위치의 보컬이 특히 그런 편이다. 그래서 이 이어폰을 써보면서 느낀건 요아소비나 녹황색사회, 한국아티스트중엔 드림캐쳐나 윤하같은 여성보컬의 밴드곡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남성중에서도 목소리가 맑고 높은 사람들이 잘 맞는데, 그래서 루시 곡도 잘 어울리는 걸 느꼈다. 클래식피아노 독주의 터치와 울림의 구현은 좀 떨어지지만, 오케스트라나 밴드의 악기들 소리는 꽤 디테일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독주보단 합주에 맞는 이어폰인듯. 기타 줄 긁히는 소리나 숨소리를 많이 쓰는 보컬의 간질간질한 숨소리같은게 잘 들린다. 아이돌노래의 경우 아이돌 보컬의 대다수가 목소리톤이 높고 맑다보니 그들의 노래 역시 무난하게 잘 소화했다. 보스 이어버드 II와 비교하자면, 보스는 저음이 부스트되고 킥이 상당히 타격감있게 들려서 베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정말 딱이고, 힙합에 유독 잘 맞았다. 비트가 중요하고 대체로 래퍼의 톤이 저음이다보니 저음과 비트에 강한 보스가 힙합에 정말 어울린다고 느꼈는데ー가족이 갖고있어서 비교시청해봤다ー 이 자브라 이어폰은 힙합에는 잘 안 맞는듯하다. 물론 들을려면 들을순있고 나쁜건아닌데, 보스에 비해서는 비트가 덜 들린다. 아이돌곡도 블랙핑크같은 힙합느낌이 강하고 베이스가 빵빵한 곡들(ex. Pink Venom)의 경우 자브라 이어폰은 이퀄라이저로 저음을 부스트해야만 보스같은 성향의 소리가 난다. 그래도 자브라 이 이어폰의 장점중에 하나가 앱으로 이퀄라이징이 가능하단 것이다. 그래서 곡의 특성에 따라 튜닝을 달리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EDM류의 음악이 튜닝달리하며 듣는 재미가 있는 편.

단점을 써보자면… 커널형이라그런가 오래 들으면 귀에 좀 무리가 온다. 내가 침삼키거나 물마실 때의 잡음도 꽤 잘 들리는 편이고. 그래서 이어폰을 2시간 넘게 계속 끼고있는 경우는 드물다. 난 외이도염이 무섭기때문에 어느정도 듣고나면 이어폰을 빼고 쉬는 시간을 가지며 이용하는 중이다. 그리고 약간의 레이턴시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레이턴시정도는 별 신경 안쓰여서 괜찮았는데, 이 이어폰 끼고 리듬게임은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리겜을 하기엔 레이턴시가 심한 편이라… 이 이어폰 리뷰 찾아봤을때 소리 늦어지는 것에 민감한 분들의 비추 후기도 꽤 많은 듯했다.

총평, 몇몇 단점은 있지만 지금 인터넷상에 보이는 최저가로 사면 가성비 정말 좋을 것 같다. 난 내가 산게아니고 아버지께서 쓰라고 주신 걸 쓰고있는거라 언제 얼마에 사셨던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괜찮은 이어폰. 한국에 그렇게 잘 알려진 업체는 아닌데 한국에서 유독 과소평가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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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2 with 리스닐, 무아님

잊기전에 일기식으로 써둬야 할 것 같아서 써본다. 

 

놀러가기 며칠 전부터 나는 상당히 들뜬 상태였다. 야구를 보러간다니! 정말 오랜만에 직관가는거고 랜더스필드의 응원석에 가보는건 처음이라 더욱 기대했는데, 하필 21일에 SSG가 두산 전에서 완전히 박살이 났다. 16:2로 졌던가... 그래서 내가 보는 야구경기도 그런식으로 박살나는건 아니겠지? 하면서 그냥 홈런이라도 한 번 보면 좋겠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다. 그런 상태로 22일의 약속을 기대하며 21일에 잠들었다. 

 

22일에 그래도 아침에 공부는 하고 가겠다고 무진장 일찍 일어났다. 8시도 안 되어서 일어난 듯. 아침에 공부를 좀 하고 집에서 나와서 부평역까지 가는 데에는 1시간이 좀 넘게 걸렸다. 약속시간은 11시 45분이었는데 나는 11시에 도착해버려서... 일행을 기다리며 지하상가 구경을 좀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약속시간이 되기 한 10분 전이었나? 그때 무아님과 리스닐을 만났다. 리스는 SK와이번스의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와서, 우리끼리 만나서는 와 토템이네~ 하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만나서 목적지인 식당에 가기 위해 지하상가를 요리조리 다녔는데 나는 정말 길을 하나도 모르겠는데 두 분은 잘만 찾으시더라. 리스가 인간 네비게이션이라고 무아님이 말씀하신 대로, 정말 네비게이션이 맞았다. 난 아직도 그 복잡한 데에서 길을 어케 찾았는지 모르겠다. 여튼 지하상가를 누비며 야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굿바이 굿바이 굿바이 얘기를 하니까 두분이 아 그거 좋죠~~~ 하면서 응해주신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처음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부평역 근처의 따라(Ttara)라는 식당. 내가 가자고 했다. 내가 전에 인도음식에 흥미가 있다고 말한 걸 고맙게도 리스가 기억해줘서, 근처에 맛있는 집이 있다고 추천해주길래 냉큼 거기로 가자고 했다. 인도음식 먹어보는건 처음이라 두근거렸다. 지하상가를 누비다가 함께 거기에 가서 각자 런치세트를 주문했다. 리스는 뭘 주문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나고 나와 무아님은 버터치킨커리를 주문했다. 조금 기다리자 커리와 난, 음료가 나왔다. 커리는 밑에 촛불을 둬서 내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고, 난도 굉장히 따뜻했다. 셋이서 처음 먹어본 인도음식은... 무진장 맛있었다! 버터치킨카레가 은근 달짝지근했는데, 밥이랑 먹었으면 너무 달게 느껴졌겠지만 난이랑 먹으니 너무 조합이 잘 맞았다. 안에 들어간 고기와 커리를 난에 올려 함께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아, 그리고 식사를 하며 내가 미리 궁금하다고 말했던 야구 타로의 그날 경기 점사를 이야기했다. 리스가 봐줬는데, 리스 말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타로가 "니들 끝까지 긴장 못 놓을거고 결과는 나도 모르겠다"를 시전하셨다고 리스가 그랬다. 이 점사가 어땠는지는 후술하겠다. 밥 먹으면서 같이 야구이야기도 하고, 로오히 이야기도 하고, 취향 이야기, 우마무스메, 드림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 야구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 다 NPB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일본 리그는 잘 모르는데 둘다 NPB의 특정 팀을 좋아하고 있다 하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소개해주고 왜 거기에 입문했는지 알려줘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우마무스메는 내가 사일런스 스즈카를 한섭에서 처음 키워본 상황이어서 좀더 이해가 잘 됐고, 리스와 우마무스메 맞팔로우 상태도 만들었다. 로오히에서는 각자의 취향에 대해 말했는데 무아님은 라플라스, 리스는 라샤드가 취향이라고 그랬다. 나는 루실리카랑 라이레이 사이에서 와리가리 중이라고 그랬고. 우리 셋 다 라플라스의 유년기(사춘기)시절이 너무 궁금하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라플라스 어렸을때 솔피랑 비슷했으면 재밌겠다고... 유전자의 힘. (ㅋㅋㅋㅋ) 셋 모두 드림을 한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드림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깊게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처음으로 먹어보는 음식을 먹으니 즐거웠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근처 카페에서 수다를 떨었다. 여기서도 한참 야구랑 우마무스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우마무스메 애니 추천도 받고, NPB얘기도 한참 하고. 내가 그나마 들어봤던 요미우리 자이언츠랑 한신 타이거즈 외의 팀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아님이 응원하는 팀은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스였나 그랬고 리스가 응원하는 팀은 전부터 많이 들었던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내가 NPB에 대해 아는게 전무하다보니 전부 처음 듣는 이야기였는데, 팬덤 분위기라던가 팀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경력에 따라 야구팀 운영 특징이 달라진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굿즈를 잘내준다던가, 팬 이벤트를 정말 잘한다던가... 

 

그렇게 한 시간정도 보냈던가? 그러고 나서 미리 예약해뒀던 스터디룸에 갔다. 목적은 피아스코! 오프탁도, 피아스코도 정말 오랜만이라 내가 잘할수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함께한 플레이세트는 <KBOSCO: B safe my LIFE! 야구는 인생이다!>(our-idea.postype.com/post/7320488)였는데 정말 웃겼다. 막 수위있는 내용을 다루진 않고 순한맛으로 갔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재밌었다. 쉬는시간 포함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우리가 모든 상황을 만드는 피아스코 플레이어라서 재미있는거지 이 스토리 속 야구팀의 팬이라면 피말렸을만한 경기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내가 스토리 만드는걸 잘 못하는 편이다보니 피아스코... 시작할땐 좀 부담스러웠는데 함께한 두분이 이것저것 많이 도와주셔서 나도 중간부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속속 떠오르더라. 폭탄스러운 설정도 막 던졌는데 (벤치클리어링 일어났음 좋겠네요~ 이런거) 두분이 너무 재밌다고 막 수용해주셔서 ㅋㅋㅋㅋㅋ 정말 재밌는 경기가 나왔다. 내 캐릭터는 나이어린 선발투수였는데 6이닝 던지고 내려왔다. 근데 다음 투수들이 전부 망해서 경기 완전 박살나버림. 무아님 캐는 멘탈터진 리스 캐의 공을 제대로 쳐서 9회말 만루홈런을 쳤답니다. 리스 캐는 경기중에 가족이 사고당했다는 연락을 받아서 이미 멘탈이 무너진 상태였고... 막 중간에 벤치클리어링에 비디오 판독에 유성까지 떨어져서 정말 웃겼다ㅠㅠㅋㅋㅋㅋㅋ 같이 날조하는 재미가 정말 컸다. 티알 자체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즐거워서 아 나는 티알은 못 놓겠다 싶기도 했고. 

 

그렇게 3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야구장으로 출발했다. 간 야구장은 문학 SSG 랜더스필드. 난 아직도 SK와이번스라는 이름이 입에서 안 떨어져서 자꾸 SK문학구장이라고 말하는 말실수를 했는데, 두 분이 이해해주셨다. 가는 길에 인터파크 티켓이 안 열려서 본인인증 한참 한다고 끙끙거리긴 했지만, 어쨌든 잘 돼서 지하철 타고 문학구장으로 갔다. 딱 도착하니까 최정(제일많았음), 한유섬(간혹 한동민도 보임) 등등의 응원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 스타벅스 초록색 유니폼도 보였는데 되게 예뻤다. 티켓팅이 치열했다던데 그럴만하게 예뻤다. 유니폼 입고있는 사람들을 따라가니 경기장이 나왔고, 경기장 들어가서 우리는 일단 건물 내의 여러 식당을 돌아다녔다. 식당 정말 많더라... 온갖 먹을게 다있음. 그래서 선택의 폭이 넓었다는게 좋았다. 들어오는길에 그... 부채같은... 접어서 응원하는 응원도구를 지급했는데, 그거 응원할때 아주 쏠쏠하게 써먹었다. 우리가 고른 저녁식사는 노랑통닭 후라이드+음료였다. 나는 술을 피해서 콜라 마시고 나머지 두분은 맥주 마시고. 경기시작하기 전에 자리에 앉아서 우걱우걱 먹었는데, 오랜만에 노랑통닭 먹으니 맛있더라. 뼈 없어서 완전 편하고. 그렇게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6시 반쯤에 시구를 하며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딱 한 마디다. "이게 야구지!" 놀랍게도 리스가 봐준 점사가 들어맞았다. 경기 끝나고 와 용하네... 라며 톡방에 감상을 남겼다. 정말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승부. 대충 어떻게 흘러갔냐면...

2회까지는 별다른 득점이 없었다. 3회에서 두산이 먼저 점수 1점을 냈고, SSG는 위기에 놓였다가 최정이 5회에서 적시 2루타를 터뜨려서 SSG가 역전 2점을 냈다. 6회말에서 SSG가 점수를 1점 더 내어서 1:3. 그래서 이기겠거니, 했는데 7회에서 두산의 양찬열이 솔로홈런을 냈고, 또 1점을 주루플레이로 내서 3:3이 되었다. 근데 또 7회말에서 SSG의 한유섬이 투런홈런을 때렸다. 그래서 3:5. 이상태로 이기겠구나~ 하고 있었다... 9회초 전까지는. 9회초에서 두산의 페르난데스가 2점포를 터뜨려섴ㅋㅋㅋㅋ 9회에서 동점이 되어버려 연장전에 가게 됐다. 연장전 10회초에선 점수가 안 났고, 10회말에서 박성한 2루타+김민식의 희생플라이로 비디오 판독을 거쳐 5:6으로 경기종료! 나는 9회말 끝났을때 경기장에서 나와서 중계로 승리하는 걸 봤는데 짜릿했다. 집에 있는 야빠 동생이랑 계속 카톡을 하며 경기를 봤는데, 동생이랑 나랑 카톡으로 와 이게 야구지~~ 하면서 볼 정도로 재미있는 경기였다. 동생이 부러워하더라, 간만에 야구다운 야구경기를 직관으로 봐서 기억에 오래 남겠다고. 정답이었다, 나 일주일 지난 지금 후기 쓰고 있잖아 ㅋㅋㅋㅋㅋ 진짜 재미있었다. 아, 그리고 응원석에 앉아보는거 처음이었는데, SSG응원가를 연안부두랑 몇몇 선수(최정, 한유섬)정도밖에 몰라서 즐기려나 걱정했지만 야구장 화면에 전부 가사가 뜨고 곡조도 쉬워서 금방 외워서 따라불렀다. 목은 좀 아팠지만 굉장히 재밌었다!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경기가 재미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걸 몰랐다. 집에오는길(꽤 멀었음)에 급 피곤이 확 몰려오긴 했지만...

 

정말 즐겁게 보낸 하루였다. 트친님들이 먼저 같이가자고 해주신건데 덕분에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야구장 다음에 또 갈일있으면 꼭 가야지. 잘 놀아주시고 데리고 다녀주신 두분께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사실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내가 하필 24일에 발목을 다쳤기 때문이다. 그치만 다행히 골절은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고, 보호대를 한 채 서울로 향했다.

26일 점심시간쯤 종각역에서 모였다. 내가 보호대 탓에 걸음이 느리고 계단을 이용할때 애로사항이 있었는데, 두 분이 이해해주셔서 잘 다녔다. 우선 점심부터 먹었다. 역 근처의 딩딤? 이라는 곳에서 딤섬을 먹었다. 가격대는 좀 셌지만 맛있었기에 만족한다. 논님은 전날 티알을 한 거에 여전히 과몰입해 계셨어서 그 얘기를 많이 했다.

점심을 먹은 후엔 근처 카페에 갔다. 사실 계획을 잡을 때 카페에서 4시간을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가능한 일이었다ㅋㅋㅋㅋ

날논실 셋이서 찍은 만년필 떼샷. 서로 만년필 구경도 하고, 써보기도 하고, 서로를 위해 준비한 편지와 선물도 여기서 나누었다. 숙소에 가서 조금 더 이것저것 만지며 이야기해 보기로 하며 평온한 한 해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재미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평온한 한 해나 피아스코같이 뭔가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룰에 약한 편인데도, 두 분과 정말 즐겁게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설정덕후들이 모여서 평한해를 하니 별 설정이 다 나오더라. 유능한 한 명의 지도자 아래에서 돌아가는 부족사회, 인간 중심적인 산업화된 사회, 그리고 그를 침략하는 외부세력, 신화생물, UFO, 바벨탑, 화산 등의 자연재해...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즐거웠다. 평한해를 하고서 논실님의 자작 세계관인 종말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그것 역시 재미있었다. 설정 글을 읽고 나만의 그 세계관 캐릭터를 구상해 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4시간이 금방 갔다.

그 다음 일정은 인사동 모나미 잉크랩에 가는 것이었다. 카페에서 그곳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논님이 인간 네비게이션이셨던 덕에(ㅋㅋㅋㅋ) 길을 헤메지 않고 바로 잘 찾아갔다. 잉크랩에서는 예정대로 잉크 조색 체험을 했다.

나만의 잉크만들기 표를 보고 원하는 색조합을 정한 다음, 비커에 잉크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가며 비율을 조정하고 원하는 색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나는 내 드림주 테마의 잉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원하는 색 계열을 확실히 정해갔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내가 원하는 색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근데 잉크랩에서 시필용으로 제공하는 종이가 별로 질이 안 좋은 일반지인지, 잉크를 조금만 많이 올려도 잉크가 뒤에 배기고 번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내가 따로 들고간 어프로치 노트 프로에 잉크를 시필하며 내가 원하는 색을 찾아갔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잉크랩에 갈 때 자신이 평소에 쓰는, 잉크를 잘 견디는 노트나 종이를 하나 들고가길 권한다. 나의 경우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테가 뜨는 잉크를 만들었는데 모나미 잉크랩 종이에서는 테가 보이지 않았고 내가 따로 들고간 시필지와 노트에서 테가 뜨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든 잉크의 이름은 '여명의 필경사'. 아까도 말했듯 드림주 테마다. 이명에 맞게 새벽하늘 색을 구현하고 싶었는데, 집에 와서 이로시주쿠 심해와 세일러 시키오리 시모요와 비교해보고 내가 원하는 색이 제대로 구현되었음을 확인했다. 지금도 펜입해서 쓰고 있는데, 정말 마음에 든다. 드림주 외관이 적발적안인데 이는 적테로 구현이 되어서 꽤나 뿌듯하다. 이명과 겉모습이 좀 이질적인 캐릭터인데 테를 통해 두 가지가 모두 구현된 잉크가 만들어져서... 마음에 들어서 계속 쓰고 있다.

논님과 실님은 각각 '제비꽃 설탕 절임'과 '태양의 황제'를 만드셨다. 두 분의 자캐페어 캐릭터들의 별명이다. 제비꽃 설탕 절임(이하 제설절)은 여리여리한 파랑과 보라의 사이 색깔, 태양의 황제(이하 태제)는 황금빛 노란색 잉크였다. 제설절의 경우에는 논님이 여리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베이스를 11방울이나 넣으셨다. 내 어프로치 노트에서는 번지지 않았는데, 모나미 잉크 자체가 원래 좀 묽고 베이스를 많이 넣으셨으니 보통 종이에는 못 쓰실 것 같은 잉크가 되었다ㅠㅠ 조만간 좋은 노트를 한 권 사셔야 할 것 같았다. 태제는 갈색 색분리가 있는 태양빛 잉크인데, 노란 잉크 치고 가독성도 굉장히 좋은 잉크가 나왔다. 약간 글입다공방의 '별빛이 나린 언덕' 잉크에서 펄을 뺀 버전같은 색이 나왔는데, 이것도 예뻤다.

잉크랩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홍대의 '이입(@2ep2ep)'이라는 레즈/바이 only 술집이었다. 여성 서사 영화들을 소재로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우리가 마신 건 영화 <아가씨> 컨셉의 '사쿠라'였는데, 사케와 체리브랜디 베이스의 칵테일이었다. 상큼한 체리의 맛이 깔끔한 사케와 어우러져 가볍고 산뜻한 맛을 냈다. 그리고 안주 겸 저녁식사로는 파스타 두 종류와 소시지플래터를 시켰다. 전부 맛있었다. 보드마카? 비슷한 걸로 컵 꾸미기도 할 수 있었는데 두 분은 컵에 오너캐도 그려넣고 캐릭터 이명도 써넣고 하시며 열심히 꾸미셨다. 나는 딱히 꾸미지 않았다. 안주도 술도 맛있었지만 나는 그리 많은 양을 마시지는 않았다. 이입 입구에 계단이 굉장히 많고 가파르게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호대를 한 상태였고 자칫 계단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술이 맛있었지만 두 잔 정도 마시고 마는 정도로 절제를 했다. 술의 한 80%는 실님이 마시신 것 같다. 논님은 원래 알코올을 잘 못 마신다고 하셨고. 이입에서 술을 마실 때까지 이전의 일정 때문에 다소 피곤했는데 술을 마시니까 오히려 잠이 깼다는 사실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두 분과 수다떠는것도 즐거웠고. 그렇게 식사시간을 마치고, 호텔로 향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홍대 L7 호텔이었다. 3인 방을 썼는데, 방은 꽤나 좁았다. 그리 개방감이 있는 구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방에 들어와서 다들 잠옷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잉크와 캐릭터 덕질을 했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후회를 했다. 딥펜 들고 올 걸. 만년필만 몇 자루 챙겨오고 딥펜을 안 들고왔는데 두 분이 딥펜으로 잉크 신나게 써보시는 거 지켜보며 나도 딥펜 ㅠㅠ 하고 있었다. 두 분이 서로의 글씨를 신기해하며 딥펜 바꿔써보시는 걸 지켜보는게 재미있었다! 서로 어떻게 글씨를 이렇게 작게/크게 써요? 어떻게 이렇게 곡선을 넣어요? 이러시면서 신기해하시는데 그게 너무 귀엽기도 하고 웃겼다ㅋㅋㅋㅋ 논님의 잉크 제설절이 워낙 묽어서 잘 마르질 않아... 오너먼트 닙을 사용해 제설절로 그린 무지의 눈이 계속 빛난다는게 너무 웃겼다. 무지 눈에서 빔 나오는데요? 이러면서 깔깔 웃고 그랬다. 한참 잉크덕질을 하고, 논님과 실님은 서로에게 종말 달력과 쯔무쯔무 인형을 주고받으셨다. 서로의 앤캐에게 애정이 가득하다는 게 느껴져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실님의 와씨디(Y욕망에 C찬 D대가리)한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웃겼다!ㅋㅋㅋㅋㅋ 두 분 모두 욕망에 찬 이야기를 하시는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래도 그런 쪽에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없는 편이니까. 남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잘 듣는 편이기에, 즐겁게 욕망이 가득한(ㅋㅋㅋㅋ)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뒤엔 피아스코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알콜+벤조의 힘으로 슬슬 기억이 삭제될 때가 되어가고 있어서 피아스코를 같이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예측은 맞았다. 피아스코를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지금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재미있었다는 느낌은 기억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두 분이 피아스코하시는 동안 난 트위터를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두 분이 술을 사러 편의점으로 나가셨을 때 나는 혼자 방에서 잘 채비를 마쳤다. 논실님이 돌아오셔서 조명 하나를 끄신 걸 마지막으로 내 기억은 완전히 끊겨있다. 그 다음에는 잠들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하루가 다 갔다.

다음날 아침, 내가 먼저 일찍 일어났다. 당연하다. 제일 일찍 잤다. 두 분은 주무시고 계신 동안 나는 혼자 씻고 나왔다. 아침에 두 분이 일어나고 나서 여쭤보니 새벽 4시까지 이야기하다 주무셨다고 해서 놀랐다. 나는 최근에 제일 늦게 잔 게 2시 정도였어서... 그 시간까지 썰풀이하시면서 목이 쉬지는 않으셨을지. 뭐 즐거우셨던 것 같으니 그걸로 된 듯하다. 여튼, 아침에 일어나서도 자캐랑 티알 얘기를 즐겁게 하다가 11시 반쯤 체크아웃했다. 그러고 아침 겸 점심으로 할랄 푸드를 먹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고 맛있었다. 할랄 푸드로 점심을 해결하며 우리끼리 지금 우리는 여행을 하는 중인데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공항에서 외국 음식을 먹는 중이다, 라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가상 여행을 하는 상상을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홍대 소품공장에 들렀다. 라이레이 20cm인형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런저런 예쁜 옷이 많았는데, 난 체크 치마와 와이셔츠, 그리고 빨간색 한복 세트를 샀다. 생각했던 것보단 옷이 비싸지 않았다. 그러고 포토존에서 논실님의 쯔무쯔무 인형들 사진도 많이 찍고, 내 라이레이 인형 사진도 여럿 찍어뒀다. 굉장히 귀여웠다...

소품공장에 갔다와서 나는 곧장 집으로 가는 버스로 향했다. 두 분은 카페에서 조금 더 이야기 나누시다 헤어지신 듯했다.

집에 와서 논님이 주신 편지도 읽어보고, 주신 레진공예품들도 자세히 보고, 라이레이 인형에게 옷도 입혀보고 하며 계속 즐거워했다. 두 분과 만난 덕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다음에 또 만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만날 땐 꼭 노래방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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