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리뷰. (2022/06/29)

 

오랜만에 만년필 리뷰를 쓴다. 리뷰할 만년필은 파이롯트Pilot의 프레라 이로아이 F닙. 구매한 것은 지난 3월 1일 정도. 약 4개월여의 사용을 한 후 리뷰를 올려본다. 

 이렇게 생겼다. 프레라에는 일반 프레라와 이로아이 프레라가 나뉘어 있는데, 내가 산 것은 투명 데몬 바디에 빨간색 포인트가 들어간 이로아이 레드 색상이다. 일반 프레라는 우리나라에 공식수입되는 걸로는 비비드핑크, 감청색, 브라운, 아이보리, 슬레이트그레이 색상이 있고 가끔 직구로 프레라 화이트(완전 백색)를 구매해 쓰시는 분들도 보았다. 이로아이 색에는 블랙, 레드, 핑크, 오렌지, 블루, 라이트그린, 라이트블루가 있다. 오리지널 프레라가 이로아이 프레라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이로아이 레드를 샀을 땐 3만원대 정도의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구매링크도 걸어 두겠다. 

-일반 프레라(베스트펜):https://smartstore.naver.com/_bestpen/products/5098002588

-이로아이 프레라 (베스트펜):https://smartstore.naver.com/_bestpen/products/5681164050

 

파이롯트 만년필 프레라 이로아이 투명 : 베스트펜

[베스트펜] 펜이 생각날 땐 베스트펜

smartstore.naver.com

뭐, 막상 나는 걸어둔 링크(베스트펜)에서가 아닌 블루블랙이라는 다른 펜샵에서 사긴 했지만. 

 

좀 쓰다보니 펜촉이 잉크로 얼룩덜룩해졌는데, 이렇게 생겼다. 나는 처음부터 이 펜은 공부할 때 일반 필기용으로 쓰겠다 마음먹었기 때문에, 처음 왔을 때부터 꾸준히 오로라 블랙 잉크를 넣었다. 그 탓에 검은 잉크가 펜촉에 묻어 좀 지저분해 보인다. 

 

 만년필 리뷰면 필수적으로 필기감과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지. 이 친구는 조금 쉽게 길들여지는 펜촉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일주일동안 공부하면서 얘만 썼더니 손에 맞는 필기감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내가 그 일주일동안 공부할 때 썼던 노트가 약간 도화지스럽게 거친 종이로 되어있는 어프로치 프로였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종이 탓에 좀 더 쉽게 만년필을 길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펜촉 굵기는 일제 만년필다운 세필이다. F닙인데도 트위스비 에코 EF닙에 가까운 굵기, 그러면서도 뻑뻑하지 않고 부드럽고 단단한 필기감. 크기가 크지 않아서 손이 작은 만년필 사용자들에게 딱 맞을 것 같았다. 흐름은 처음부터 괜찮았다. 오로라 블랙이라는 잉크 자체가 워낙 흐름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잉크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일 수도 있다. 스틸로 되어있는 닙이라 낭창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이건 내가 아직 금닙으로 된 만년필을 써본 경험이 전무해서 비교할 대상이 없으므로 패스. 저울에 재 보니 약 14g정도되는 몸체였는데, 그래서인지 전부터 써오던 트위스비 에코보다 가벼웠다. 가격대와 성능을 고려하면 이걸 입문기로 추천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손이 큰 사람에겐 너무 작을테니 손이 작은 편인 사람들한테나 권하겠지만. 그리고 부수적인 건데, 4개월동안 중간중간 한동안 이 만년필을 쓰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방치했는데도 닙마름이 전혀! 없었다. 이건 정말 큰 장점이다. 같은 회사의 카쿠노 만년필은 하루만 안 써도 닙마름때문에 잉크에 물먹이고 수시로 꺼내써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었다가 닫았다가할때의 그 특유의 스윽-탁! 하는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기분이 좋다. 그래서 사고나서 한동안 손장난이랍시고 이 만년필의 뚜껑을 열었다닫았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이 만년필을 샀을때 컨버터가 들어있는 채로 왔는데, 어라, 당연히 악명높은 con-40이 올 줄 알았는데 con-50이 딸려온거다. 환호성을 질렀다. 이것도 잉크주입량이 적고 영 불편한 형태지만 con-40이나 con-70보단 나으니까. 나는 어차피 잉크주입할때 주사기로 할 것이기도 했고. 여튼, 그래서 con-50 컨버터로 잘 쓰고 있다. 파이롯트 컨버터중에 그나마 나은 걸로 쓰고있다는 데에 위안을 삼고 있다. 

 

 단점이라면 역시 크기다. 피스톤필러에 대형기인 트위스비 에코를 주력으로 쓰다 보니 느껴지는 잉크저장량의 한계... 파이롯트 프레라는 트위스비 에코에 비해 훨씬 자주 잉크를 주입해줘야 하고 그것도 금방금방 다 쓴다는 단점이 있었다. 

 

오늘의 후기는 여기에서 마무리. 결론적으로, 이것도 트위스비 에코정도로 5만원대의 금액을 지불할 의향까지는 없지만 만년필을 좀더 낮은 금액으로 사서 가지고 싶다! 라면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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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에 모나미 잉크랩에 다녀왔다. 날논실 만나다 글에서도 쓰긴 했지만 좀더 자세한 리뷰를 쓰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우리가 간 곳은 모나미 잉크랩 인사동점. 안녕 인사동 건물의 2층에 작게 자리잡고 있다.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잉크랩 한 사람당 체험료는 25000원이며 1인 1잉크 조색 체험+병잉크 증정+데이터베이스에 잉크 정보 등록까지 체험하는 비용이다. 개인적으로 이정도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잉크를 섞어 내가 원하는 색을 만들고, 그렇게 만든 잉크 한 병을 받으면서 그 데이터가 저장되어 나중에 그대로 재주문도 가능하다는 것은 문구덕에게 꽤나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https://www.monamimall.com/w/product/productList.do?schCateIdx1=241&schCateIdx2=850&trackingCd=store <<예약 링크

들어가면 이렇게 되어 있다. 색색깔의 잉크들, 딥펜, 유리막대, 색을 배합하는 작은 비커들, 시필지.

시필지가 제공되나 나는 내가 따로 들고간 어프로치 노트 프로에 이것저것 시필하면서 내가 원하는 색을 찾아갔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이 시필지였는데, 종이 질이 안 좋은건지 잉크를 조금만 많이 올려도 종이가 울고 뒤에 배기고 비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가 따로 들고간 노트를 썼다. 만약 다른 사람이 여기에 가게 된다면 평소에 쓰던 잉크를 잘 견디는 노트나 종이를 따로 들고가길 권한다. 색조합하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나는 원하는 색을 미리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가서 금방 만들었는데, 같이 간 트친 두 분은 만드는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두분 모두 원하는 색을 구현하기 어려워하셔서... 개인적인 생각으론 너무 여리여리한 색은 베이스를 많이 넣어야 해서 만들기 어려운 것 같다. 베이스를 많이 넣으면 어지간히 좋은 종이가 아니면 거의 번져버리기 때문에 잉크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뭔가 만들 때는 되도록 진하고 분명한 색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제공 시필지의 발색샷. 보면 알겠지만 잉크랩이라고 적은 글씨가 다소 번져있다. 끝나고 나서야 기억해내고 아 맞다! 했던 것 중에 하나가, 체험이 끝나고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는데 거기다가 시필지 종이를 좀더 질 좋은 종이로 바꿔달라고 적을 걸, 하는 것이었다.

이 잉크가 내가 만든 잉크. 집에와서 잉크를 써보니 원하는 색이 잘 구현되어 만족스러웠다.

 

잉크 만년필 덕후라면 한번쯤 다녀와도 좋을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즐거웠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워 다음에 한 번 더 가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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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써본 트위스비 에코는 두 자루다.

TWSBI ECO-T Clear(EF)/TWSBI ECO White(F).

앞의 친구가 에코 화이트, 뒤의 친구가 에코T 클리어.

에코T클리어는 중고로 들였고, 화이트 친구는 신품으로 들였다.

 

1.에코-T 클리어(EF)

처음으로 들인 트위스비 에코. 사실 이걸 구매할 때까지만 해도 에코와 에코T의 차이를 모르는 채, 그냥 새 만년필을 들이고 싶다는 마음에 거래했다. 5만원 가까이 하는 만년필을 중고가로 3만원 정도에 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들인지 약 반 년보다 더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이 만년필을 왜 그렇게까지 싸게 처분하셨는지 의아하다. 전혀 이상이 없고 멀쩡한 만년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참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여튼, 이 만년필은 EF닙이다. 가장 가는 닙. 이 만년필을 들이기 전에 내가 쓰던 만년필은 카쿠노 F와 라미 사파리 화이트&비스타 EF였다. 카쿠노 F는 저가형이지만 일제답게 굉장한 세필이었고, 라미 사파리의 경우엔 EF임에도 다소 두껍게 나오는 편이었다. 트위스비 EF는 그 중간 정도 되는 굵기였다.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은 펜 선 두께에 꽤나 만족하며 쓰고 있다. 필기감은 살짝 사각이는 편이다. 이 만년필로 다이소 루즈리프 리필지, 양지다이어리, 어프로치 노트 프로를 써 봤는데 역시 세필이어서인지 셋 모두에서 살짝 사각이는 필기감을 보여주었다. 굉장히 미끄러운 편인 양지다이어리에서 제일 많이 미끄러졌다. 흐름이 콸콸은 아니라서 미끄러운 양지다이어리 위에서는 간혹 헛발질도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어프로치 노트 프로에서는 사각이면서도 단단한 필기감을 보여주었다. 어프로치 노트 프로를 산 뒤로는 쭉 이 노트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 노트에 적응된 필기감이 내겐 제일 익숙하다.

겉모습은 굉장히 예쁘다. 에코T의 특성대로 둥근 형태의 삼각형 뚜껑이 특징이다. 만년필 자체만 두고 보면 이게 뭐가 예쁜가, 할 수 있겠지만 이 펜의 진가는 배럴에 잉크를 채워넣었을 때 나타난다. 투명하다보니 피스톤필러 배럴에 잉크를 채우면 찰랑이는 잉크가 보이고, 이게 상당히 예쁘며 보는 재미가 있다.

 

2. 에코 화이트(F)

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 항목은 짧게 써보겠다. 이친구는 아예 신품 만년필을 들이고 싶다는 욕구에서 들이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5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니까, 많이 고민했는데 어쩌다보니 여건이 되어 구매하였다.

외관상으로 이친구도 참 예쁘다. 흰색 뚜껑이다보니 무슨 색 잉크를 넣어도 잘 어울린다. 캡에는 내 이입형 캐릭터 이름인 Calliope를 각인해두었다. 캐릭터 테마 만년필 굿즈인 셈이다. 피스톤필러 투명배럴에 대해서는 위에서 설명했으니 생략하겠다.

이 친구는 F닙이다. 위의 EF보다 한 단계 두꺼운 닙이다. 그래서인지 EF보단 덜 사각이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 지금 현재 가장 자주 쓰는 만년필을 고르라면 나는 이 에코 화이트 F닙을 고를 정도로, 필기감이 준수해서 자주 쓰는 펜이다. 단단하면서도 조금 부드러운 편인 필기감을 보여준다.

 

*리뷰 및 추천

트위스비 에코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피스톤필러의 잉크 저장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처음 샀을 때 이로시주쿠 키리사메(안개비)잉크를 가득 채워둔 상태로 양도받았는데, 그 잉크 다 쓰는 데에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매일 글을 썼는데도 말이다. 잉크를 꽉 채우면 정말 질릴 때까지 그 잉크만 쓰게 될 정도로, 한 번에 들어가는 잉크 양이 많다. 필기량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주 큰 메리트다. 잉크를 자주 갈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

몸체도 그리 무겁지 않고, 필기감도 준수하다. 다만 대형기에 속해 손이 너무 작은 사람에게는 다소 안 맞을 수도 있겠다. 나도 손이 작은 편이지만, 내 손에는 그래도 잘 맞는 편이긴 했다. 가격도 나쁘지 않다. 5만원이면 가벼운 돈은 아니지만 만년필 치고는 저렴한 금액이라는 걸 만년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입문용으로 라미 사파리를 사는것보다는 돈을 조금 더 들여서 트위스비 에코를 살 것을 권하고 싶다. 잉크에 따라 다르지만 흐름도 좋고, 닙뽑기 확률도 적은 편이기에 적극 추천한다.

라미 사파리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내가 라미 사파리와 트위스비 에코를 모두 써 보고 제일 크게 느낀 차이점을 말해보겠다. 바로 '닙마름'이다. 라미 사파리는 며칠간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으면 잉크가 졸아들면서 피드에 잉크가 눌어붙어버리고 잘 나오지 않게 된다. 하지만 트위스비 에코는 내가 몇 달간 이걸 쓰며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결론을 내자면, 입문용 만년필로 정말 적절한 만년필이라고 생각한다.

준수한 성능, 예쁜 디자인, 좋은 필기감까지 처음 만년필을 사용하는 사람도 실사용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트 유저도(나같은) 아주 즐겁게 쓸 수 있는 만년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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